앞선 글에서는 디스플레이의 역사와 대표적 제품인 LCD와 OLED의 차이점 등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디스플레이 속에 들어가 있는 부품들을 통하여, 디스플레이가 작동하는 원리와 구조를 알아보고자 한다. 많은 부품 및 소재가 디스플레이에 적용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LCD와 OLED에 모두 사용되는 편광판과 유리기판, OLED용 봉지재, 그리고 감광재 등에 대한 역할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하며, 특히 OLED관점에서 역할과 요구되는 특성에 대하여 알아보자.
편광판
편광판의 작용 원리를 잘 보여주는 그림 ⓒwikipedia.org
편광판은 일종의 광학 필터로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 중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투과시키고, 다른 빛은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즉, 빛의 진동방향에 따라 절반 정도만 투과시키는 필름이다. 앞서 LCD를 설명할 때, 두 장의 편광판 사이에 액정을 두어 빛의 투과를 제어하는 방식이라 설명하였다. 다시 말하면 백라이트의 빛이 첫번째 편광판을 지나면서 편광으로 바뀌고, 이 빛이 액정을 지나면서 변조되어 두번째 편광판을 투과하는 양이 달라지게 된다. 액정에 들어가는 빛이 편광이어야 투과율 제어가 가능하므로 LCD는 편광판이 반드시 필요한 디스플레이라 할 수 있다.
반면 OLED는 자체 발광을 하는데, 편광판이 왜 필요한 것일까? 답은 화질의 완성을 위하여 블랙을 제대로 나타내기 위해서다. OLED의 경우 전류를 흘리지 않으면 발광하지 않아 암실에서는 완벽한 블랙 구현이 가능하지만, 밝은 곳으로 나오면 햇빛 등 강한 불빛 이 반사되어 화면이 잘 보이질 않는데, 이러한 외부 빛의 반사를 없애기 위하여 한 장의 편광판을 사용한다. 예전 PDP가 TV 시장에서 LCD와 경쟁할 때, 편광판이 없는 PDP 표면에서 외부의 빛이 반사되어 밝은 곳에서는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유리기판
유리 기판은 우리가 흔히 평판 디스플레이라 부르는 LCD, PDP, OLED 등에 사용되는 기판이다. 그 중 LCD와 OLED에는 구동 소자인 TFT를 형성하기 위하여 불순물이 적고, 고온에서도 잘 견디는 특수한 유리기판이 사용된다. 디스플레이에서 유리 기판의 역할은 구동 소자인 TFT를 비롯하여 화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형성할 때 지지 하는 것이 기본 역할이다. 다만 LCD에서는 액정을 담아두기 위해, OLED에서는 산소나 수분 등 외기를 차단하기 위해 한 장 씩을 더 사용하여, 각 2 장씩의 기판이 사용된다.
LCD에 적용된 두 장의 유리기판
디스플레이용 기판에 요구되는 특성은 기본적으로 빛이 잘 투과되어야 하며, TFT 공정 진행을 위하여 높은 온도와 화학 약품에 잘 견디고, 기계적인 내구성과 함께, 매끄러운 표면이 필요하다. 또한 알칼리 금속의 농도도 낮아야 한다. 마이크로 미터의 수준의 액정 간격을 갖는 LCD와는 달리, 200-300 nm 수준의 두께를 갖는 OLED의 경우, 아주 미세한 돌기라 하더라도 누설 전류 혹은 불량을 야기시킬 수 있으므로, 더더욱 매끄러운 표면 거칠기가 요구된다.
OLED 봉지재
OLED는 유기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디스플레이인 만큼, 산소나 수분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산소나 수분 등 외기로부터 OLED를 보호하기 위하여 봉지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김과 같이 바삭한 식품, 탄산가스가 포함된 음료나 맥주 등의 포장에서도 사용하는 기술이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훨씬 높다. OLED 봉지 기술로는 얇은 박막을 이용한 봉지 기술이나, 유리 재질인 frit를 이용한 봉지 기술 등이 적용되기도 하나, 양산성 혹은 기계적 내구성 취약 등의 이유로 최근 전면 합착 방식(face seal type)의 봉지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본 OLED 봉지재의 역할과 구조
는 필름 형태로 공급되어 공정이 간단하고, 백플레인 기판과 봉지 기판 사이를 채워줌으로써, 외부로부터의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소자를 보호하는 기능까지 더해져, 제품 내구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OLED 조명이나, OLED TV는 작동 시 일정 정도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전면에 합착되어 있는 봉지재를 통하여 열을 전달, 방출 시킴으로써, 발열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숨겨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감광재
감광재는 주로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공정에서 빛 에너지에 의하여 내부 구조가 바뀌어, 현상(development)을 통하여 제거되거나 제거되지 않아 원하는 패턴을 얻을 수 있는 소재를 말한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필름 카메라에서 사진을 찍고, 현상을 하면 이미지를 볼 수 있었는데 똑같은 원리로, 빛을 쏘이고 현상을 하면 원하는 모양의 구조물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래 그림은 LCD에 사용되는 여러 감광재를 도식화 한 것인데, RGB 색을 넣은 컬러필터용 소재, 빛의 투과 혹은 반사를 방지하기 위한 블랙 매트릭스용 소재, 단차를 덮어주는 over coat용 소재, 상하부 기판 사이의 간격 유지를 위한 column spacer용 소재 등이 있다.
LCD의 사례로 본 디스플레이 감광재의 역할
이러한 소재들은 모두 감광재라 통칭하지만, 어떠한 소재는 색을 띄어야 하고, 어떠한 소재는 투명해야 하며, 또 다른 소재는 좁고 높은 구조물을 형성해야 하는 등 요구되는 특성은 그 역할에 따라 다양해지며, 빛을 이용하여 원하는 패턴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OLED용으로는 PDL(pixel define layer)라고 하는 감광재가 사용된다. 이는 OLED형성 시, anode 공정 이후 anode 전극의 edge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여 상하 전극(anode, cathode) 간의 전기적 단락(short) 방지가 주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PDL 패턴 edge에서 매우 낮은 경사각(taper angle)이 요구된다. 또한, 감광재 중 다른 응용 분야와 다르게 아주 중요한 특성이 있는데, 이는 공정이 끝난 이후 OLED소자를 열화시킬 수 있는 성분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 중 수분을 흡착하지(빨아들여 머금지) 않아야 하는 점이다. 이는 PDL이 OLED를 형성하는 유기소재와 맞닿아 있어 아무리 봉지를 잘하여 외부의 습기 침투를 막는다고 하여도, 내부에 적이 있다면 OLED의 열화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그 구조나 원리에 대해서는 잘 알기 어려웠던 디스플레이. 지난 세 달간의 화학개론을 통해 디스플레이의 역사와 원리, 그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갈수록 얇고 커지는 디스플레이 제품 속을 속속들이 알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부디 LG케미토피아 독자들은 TV, 컴퓨터, 스마트폰을 보며 얇디 얇은 디스플레이 안에 천의무봉의 화학 기술이 집약되어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화학 관련 자료조사 발표가 있는데 참고하겠습니다!
진짜 이쁘게 잘 정리되어있네요